이집트 여행이라고 하면 대부분 피라미드, 스핑크스, 박물관 같은 고대 문명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카이로 시내에는 관광책자에 잘 나오지 않는, 그야말로 충격과 감동이 동시에 밀려오는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카이로 쓰레기마을(Manshiyat Naser, 모카탐 지역)’**입니다. 현지에서는 **자발린(Zabbaleen)**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이름 그대로 도시 전체의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쓰레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발린 공동체
카이로 인구는 2천만 명이 넘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도시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하죠. 그런데 이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고, 선별하고, 재활용하는 일을 바로 이 마을 사람들이 맡고 있습니다. 자발린은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이들은 매일 새벽부터 도시 곳곳을 돌며 폐기물을 모아옵니다.
모카탐 쓰레기 마을부터 카이로 시타델까지: 숨겨진 Coptic 관광 루트 - 여행 가이드
어젯밤, 드디어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했다.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낯선 공기와 익숙하지 않은 언어, 그리고 짙게 깔린 사막의 냄새가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줬다. 어두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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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놓인 음식물, 플라스틱, 종이, 심지어 전자제품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수거해 와 마을로 가져오는데, 여기서 가족 단위로 분류 작업을 합니다. 남성, 여성, 아이들까지 모두가 노동에 참여하며 생계를 이어갑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약 80% 이상을 재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선진국의 평균 재활용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죠. 그렇기에 이곳은 단순히 ‘빈민가’로만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입니다.



모카탐 쓰레기마을에 들어섰을 때의 충격
저 역시 이곳을 방문했을 때 처음에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와 함께, 도로 양옆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플라스틱 병, 종이박스, 음식물 찌꺼기, 심지어 자동차 부품까지 뒤섞여 있었죠.
하지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단순히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는 장소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골목에서 뛰놀고, 여성들은 분류 작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남성들은 트럭을 몰고 또 다른 쓰레기를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혼란스럽지만 나름의 질서가 느껴졌습니다.



종교와 공동체의 힘
쓰레기마을 주민 대부분은 **콥트교(Coptic Christianity)**를 믿습니다. 이들은 무슬림이 다수인 이집트에서 소수 종교 공동체로 살아가며, 종교적 결속이 강합니다.
마을 중앙에는 **‘동굴교회(St. Simon the Tanner Monastery)’**라 불리는 거대한 예배당이 있습니다. 바위를 깎아 만든 이 교회는 최대 2만 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을 만큼 웅장합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바깥 풍경과는 전혀 다른, 경건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모카탐 쓰레기 마을부터 카이로 시타델까지: 숨겨진 Coptic 관광 루트 - 여행 가이드
어젯밤, 드디어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했다.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낯선 공기와 익숙하지 않은 언어, 그리고 짙게 깔린 사막의 냄새가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줬다. 어두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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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교회는 자발린 공동체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힘든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중심 공간입니다.



여행자로서 느낀 점
관광지로서의 쓰레기마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깨끗한 관광지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충격적인 경험일 수 있죠. 그러나 저는 이곳에서 **‘삶의 진짜 얼굴’**을 마주한 듯한 강렬한 울림을 받았습니다.
쓰레기라는 가장 낮은 가치의 것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공동체를 지켜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단순한 빈곤을 넘어선 생존의 지혜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그들의 높은 재활용률은, 오히려 환경 문제에 무심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쓰레기마을 방문 시 유의할 점
만약 이곳을 직접 방문하고 싶다면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 가이드 동행 필수: 외국인 혼자 들어가기에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현지 투어 회사를 통해 안전하게 방문합니다.
- 사진 촬영 주의: 주민들은 외부인의 카메라를 불편해할 수 있습니다. 꼭 허락을 받고 촬영하세요.
- 복장과 태도: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이므로 관광지처럼 떠들거나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위생 대비: 마을 내부는 위생 환경이 열악하므로 마스크, 손 세정제를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카이로 여행에서의 의미
보통 여행이라고 하면 즐겁고 편안한 경험을 찾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쓰레기마을은 여행자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주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화려한 유적지와 대비되는 이곳은, 이집트라는 나라가 가진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곳을 다녀온 후 피라미드나 고대 신전보다도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행은 낯선 땅에서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말처럼, 카이로 쓰레기마을은 우리가 가진 편견과 기준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맺음말
이집트 카이로의 쓰레기마을은 단순한 ‘빈민가’가 아니라, 쓰레기를 통해 삶을 이어가고 공동체를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곳입니다. 여행자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감동적이고 배울 점이 많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만약 카이로를 방문한다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만 보지 말고,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이곳을 찾아가 보길 권합니다. 분명히 여행의 깊이가 달라질 것입니다.